미국 개혁교회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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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일 작성일 19-04-01 11:49본문
미국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그린빌에 위치한 커뮤니티 장로교회에 다녀왔습니다.
3월 중순의 이 곳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는 최근 비가 많이 와서 쌀쌀했지만 오후가 되니 영상20도쯤이 될 정도로 봄의 기운이 한창 피어 올랐습니다. 이국에서 개나리와 벚꽃을 보니 한국의 봄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정통장로교회 소속의 이 교회는 우리에게 친숙한 죠셉 파이파목사님이 총장으로 계시는 그린빌 신학교에서 세운 교회입니다. (저희 교회도 작지만 이 신학교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곳 남부에는 유일한 OPC교단 교회라고 합니다. 미국 OPC교단을 잠깐 설명드리면 미국내 가장 정통적인 개혁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OPC 소속 그린빌 신학교에서>
미국 장로교 역사를 보면 19세기 자유주의가 미국교회에 침투하여 성경의 권위와 영감설을 부인하고 있을 때 프린스턴신학교 교수였던 그레샴 메이첸이 반대하여 34명의 목회자와 17명의 장로들 그리고 79명 평신도들이 1936년 PCA를 설립하지만 이름에 대한 재판소송으로 OPC로 개명하게 됩니다. 이후에 PCUSA는 점점 더 자유주의화되어 가고 있었고 1973년 성경무오설과 몇 몇 중요한 교리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또 다시 몇몇 목회자들이 주도하여 PCA(그레샴 메이첸이 초기에 세운 PCA와 다름)를 세우게 됩니다..
그러니 현재 미국 장로교진영은 가장 자유주의화되어 동성애 목회자와 여성목회자를 안수하는 PCUSA교단이 있고 보수적인 OPC와 PCA교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설명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날은 저희 교회에서 함께 신앙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문진석 형제님이 다니는 이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이 함께 방문한 교회전경입니다.
현관이 아주 작았습니다. 좁은문을 통과하니 제법 널따란 교회당이 나왔습니다. 이 교회의 한 주는 9시 성경공부로 시작하여 11시 오후예배가 있고 저녁예배가 오후 6시경에 있습니다.
<Covenant Community OPC 교회 전경과 입구의 좁은문>
아침 성경공부는 피터 목사님이 직접 전교인을 상대로 가르치고 계셨고 성도들과 질문과 응답을 자유롭게 하시면서 성경공부를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요즘에는 .OPC 교단의 교회헌법을 함께 배우고 있었는데 오늘은 장로의 직분과 선출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배웠습니다. 딱딱한 교회헌법이 아닌 교인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신앙생활의 일부로서 여러 가지 예들과 실용적인 사례들을 곁들여 가며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장로는 어떤 사람들이 되어야 하고 어떤 기능을 해야하며 어떻게 선출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전 예배는 스위스 바젤 웨스트민스터 교회(Westminster Kirche)에서 오신 Pfarrer Kurt Vetterli 목사님께서 노아의 믿음에 대해 간략히 설교해 주셨습니다. 평상시에는 설교만 50분에 이르는 상당히 긴 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진리교회와 거의 대동소이 했지만 중간에 사회자가 드리는 기도는 약 20분이 넘어갈 정도로 긴 것이 특징입니다. 예배후에 이 목사님과 간략히 대화를 나누었는데 유럽의 피폐해진 교회실상과 스위스에서 어찌보면 유일할지도 모르는 개혁교회로서의 현실을 알게 되었는데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한 때 칼빈이 사역했던 개혁교회의 본산인 스위스 바젤은 이제 이전의 명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몇 안되는 성도들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 교회도 너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의 생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얼굴에는 고생스런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셨지만 은혜로 충만한 표정이셨습니다. 제가 두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우리 개혁교회들이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는가와 유럽교회의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 질문에는 여러 성경교육 컨퍼런스와 목회교류 등으로 큰 유익을 받고 있지만 재정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컨퍼런스 참석도 어렵다고 하셨고 두 번째 질문에는 유럽교회의 문제는 교인들이 점점 더 엔터테인먼트를 요구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되어 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영적인 것에 등한시하고 있다고 답해 주셨습니다. 이는 단지 유럽교회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이고 오늘날 모든 교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린빌 신학교를 지나쳐가면서 작지만 영향력이 큰 이 신학교와 교회의 상징적인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요즘의 개혁교회는 정말 소수가 되어 가고 있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진리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 진정으로 목말라 갈급해 하는 참된 성도들에게 참된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한국에서온 한 신학생도 만날 수 있었는데 캐나다에 어학연수 왔다가 개혁주의 신앙을 접한 뒤로 신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진석형제님의 가정에 돌아와서는 저녁예배를 준비하면서 잠시 쉼을 가졌습니다. 잠시 이 가정을 소개하면 이곳에서 만나 평생의 반려가된 헤나(Hannah)는 역시 개혁교회 출신입니다. 어려서부터 신앙으로 교육받고 홈스쿨링을 받아서 인지 어린 자녀 셋을 키우면서도 항상 얼굴에는 여유와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 가정에 세명의 놀라운 자녀를 주셨는데 첫째는 4살된 아들 Valiant (용기), 3살된 딸 Faith (믿음), 2살된 딸 Charity (자선)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름은 모두 천로역정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본따 지었다고 합니다. 매일 저녁식사가 끝나면 형제님의 인도로 가정예배가 시작되는데 성경을 읽고 본문을 해석합니다 그리고는 교리문답을 암송하고 찬양을 함으로 끝을 맺는데 간결하면서도 은혜롭고 힘이 있어서 모든 가족이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정의 자녀들도 고등학교까지 홈스쿨링으로 교육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가정예배 시간중에서>
한가지 이곳 미국 교회에서 배운 것은 대다수 성도들 가정에 자녀가 7~10명정도도 대가족이었고 대부분 홈스쿨링을 한다는 것입니다. Co-Op이라 하여 일주일에 여러 가정들이 몇 번 모여 필수 과목들을 부모들이 서로 분담하여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덜어낼 뿐 아니라 사회성도 기르고 기독교 교육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세속적인 교육과 불신자들과 교제의 영향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부모에게 자녀를 개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홈스쿨링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미국교육의 관대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근처 햄버거집에서>
끝으로 이 곳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1주를 지내보면서 이곳 남부의 생활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도시의 분주하고 경쟁적인 삶이 아닌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살더라도 여유롭고 가족중심으로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이곳 기독교인들에게는 더 없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