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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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일 작성일 16-08-07 19:26본문
금년에는 모처럼 여름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 같았으면 근처에 잠깐 바람쐬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올 해는 좀 특별한(?) 여름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뜻을 휴가처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기에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집에서 20분 되는 거리의 원주공항에서 교회보다 가까운(시간상으로) 제주도에 도착해 보니 흥분된 마음에 놀 궁리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영적으로 좋지 않다는 신호가 왔고 무엇인가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 목사님이 생각났습니다. 제주에서 고군분투하실 것을 생각하며 늘 기도하던 차에 한 번 전화를 드려보았습니다. 전화상으로 주소를 확인해 보니 우리가 묵고 있는 삼양동 호텔 바로 옆 5분거리의 동네였습니다. 걸어서도 갈 정도였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가보니 조그만 빌딩 지하에서 홀로 찬송하고 계시는 목사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반석교회란 조그만 문패가 달려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법 쾌적한 공간이 나왔습니다.
그간 사정을 들어보니 몇 달 동안을 수소문 한 끝에 구한 귀한 교회 공간이었습니다. 칠을 다시하고 깨끗히 정리하니 이전 모습에서 환골탈태한 어엿한 교회당이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아직 거처가 없어 교회 안의 조그만 목사관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함께 기도하여 가족이 함께 거할 수 있는 목사관을 주시기 원합니다. 제주도에 세워진 진정한 개혁교회의 첫 시작은 이러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는 중에 벌써 두 가정이 성실히 참석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첫 교인은 우리 진리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신앙생활하는 한 캐나다 이민자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에 개척교회가 선다는 것을 안 그분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자신의 홀어머니를 이곳으로 인도하였습니다. 홈페이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후 또 한가정을 전도할 수 있었고 그래서 두 가정이 꾸준히 나와 성경공부도 하고 이웃 초청 예배도 꾸준히 매 달마다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뿐아니라 제주도의 여러 현지 목사님들이 이 교회의 설립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음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전기공사며 습기제거며 본당의 마이크 시스템이며 주위 여러분들이 제 일 같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척박한 제주도의 삶이기에 함께 돕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것을 현지의 목회자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개혁주의설교연구원의 여러 목사님들께서 자비량으로 매달 오셔서 이웃 초청 예배를 위해 말씀으로 봉사해 주고 계셨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주반석교회를 뒤로 하고 함덕으로 향했습니다. 함덕에는 또 한 명의 성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년시절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가 제주에 이주하여 살고 있는 K자매입니다. 민정집사와는 둘도 없는 친구였죠. 제주도 산골 마을 초등학교가 폐교할 위기에 처하자 마을 주민들이 도시의 다자녀 가정에게 무상으로 집과 시설들을 임대하여 자매와 같은 여러 육지인들이 이주해 와 있었습니다. 오랜 만에 만나보니 고생도 많았고 받은 은혜도 많았습니다. 집 안 곳곳에 익숙한 경건서적들이 남아 있었고 혼자서 영적으로 깨어 있고자 애쓴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특히 세 명의 자녀를 주셔서 믿음으로 잘 키우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함덕 서우봉해변의 일몰>
함께 식사를 하던중 또 한 명의 성도가 온다는 소식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청년시절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L자매로 휴가여행차 가족과 함께 이 곳 함덕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거의 17년만에 처음 보게 된 자매였습니다.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어떻게 지낼까 궁금했었는데 오늘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번 휴가는 마치 과거 청년부 홈커밍데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L자매는 만나보니 사연이 많았습니다. 결혼후 잘 정착했지만 교회문제로 고민이 많았고 아직 믿음이 없는 부군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세속적인 교회모습에 어려워 했고 복음을 듣지 못해 괴로워 햇습니다. 특히 기복적인 교회성도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새벽기도 했더니 집값이 올랐더라, 성경 통독했더니 자녀가 유명 모 대학교에 붙었더라는 등 이러한 간증거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공로주의적 알미니안 신앙을 권면하는 성도들은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교회에 몇 번이고 성경공부를 시켜달라고 건의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아무도 성경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목사님들은 회사직원처럼 너무 바빠서 겨를이 없었습니다. 여러 사유로 인해 교회를 나가지 못한지 3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러한 모습이 잘못된 것인지 분별할 수 있었는가를 질문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청년시절 강문진목사님의 로마서 강해를 들어 분별할 수 있는 영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약 20년전 강목사님을 통해 전해들은 복음의 씨앗이 아직 자매의 마음에 생동감있게 살아 있음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선뜻 이번 진리교회 말씀수련회에 나오라고 권면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가족 모두 흔쾌히 오겠다고 응답하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뿐이 아니었습니다. 이정옥집사님도 당일 부모님들을 모시고 제주로 여행을 왔고 희수사모님도 제주로 왔기에 반갑게 전화로 인사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젊은 시절 같은 교회 청년부 출신들입니다. 모처럼 가게 된 제주도 여행에 이처럼 많은 성도들이 한 곳에 모였다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항상 우리의 삶은 제 갈길을 가는 것 같아도 한 중심을 향해 모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태양계에 태양을 중심으로 여러 행성들이 공전을 하듯이 말입니다. 장로교 신조처럼 우리의 삶은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입니다. 멀리 떠나보고자 해도 성도는 항상 이 중심 주변에서 떠돌며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모처럼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 어리석은 저에게 여러 성도들과 풍성한 은혜를 나눌 수 있게 하신 주님의 은혜에 또 한번 감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