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강요강해(120)

[ 제3권 제16장 4항 – 제17장 4항 ]

       성경본문: 갈라디아서 2:16

기독교강요(존 칼빈, 생명의말씀사)

제3권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는 길: 어떤 유익이 우리에게 오며 어떤 효력이 따르는가?

제16장 이 교리를 겨냥한 교황주의자들의 거짓된 중상에 대한 반박

4항. 칭의의 교리는 죄인을 선동한다

  우리가 죄를 값없이 용서받는 것이 의라고 주장할 때에 사람들은 죄를 짓도록 선동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중상 중에서도 제일 무가치한 것입니다. 우리는 죄의 용서가 너무도 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있는 선한 것으로 값을 치를 수 없고, 따라서 거저 주시는 선물로서밖에 받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에게는 값 없이 오는 것이지만, 그리스도 편에서는 값 없이 주시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가장 거룩한 피를 흘리셔서 많은 값을 치르고 사신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피를 제외한다면 하나님의 심판을 만족시킬 만한 대속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배운 사람들은, 자기들이 죄를 지을 때마다 그리스도께서 거룩한 피를 흘리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너무도 추악해서 이 가장 순결한 피의 샘이 아니면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듣는 편이, 선행을 뿌림으로써 깨끗해진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죄를 무서워하는 생각을 더 많이 일으킬 것이 아닙니까? 또 다소라도 하나님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 깨끗함을 얻은 후에 다시금 진흙탕에 뒹굴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샘의 순결을 흐리게 하며 더럽히는 것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솔로몬의 말대로 믿는 사람은 “내가 발을 씻었으니 어찌 다시 더럽히랴”고 말합니다(아5:3).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죄의 용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어떤 사람들이 의의 존귀성을 더럽히는지, 분명히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배설물에 불과한(빌3:8) 그들의 무가치한 보속으로 하나님의 노여움을 진정시킬 수 있는 체합니다. 죄책은 너무도 무거워서 이런 가벼운 쓰레기로는 대속할 수 없으며, 또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너무도 중대한 범과여서 이런 무가치한 보속으로는 사면을 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그리스도의 피만이 사면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주장합니다. 그들은 의가 없어질 때에는 보속 행위로 회복되고 수리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의는 너무도 귀한 것이어서 어떤 행위에 의한 보상도 충분히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를 회복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자비에서 피난처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죄의 용서와 관련된 나머지 문제들은 다음 장에 속합니다. 

제17장 율법의 약속과 복음의 약속과의 조화

(율법에 관련된 행위: 고넬료의 예, 1-5항)

1항. 스콜라 논법을 서술하고 논박함

  이신 칭의를 뒤엎으려고 또는 약화시키려고 사탄이 그 앞잡이들을 통해서 사용하는 다른 논법들을 이제 추궁하겠습니다. 이 중상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논박했다고 나는 생각하며, 그들은 우리가 선행에 반대한다는 말을 못할 것입니다. 행위에서 칭의를 분리하는 것은 선행을 하지 말라든가, 선행이 선하지 않다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행에 의지하며 그것을 자랑하며 그것으로부터 구원이 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확신과 우리의 자랑과 우리의 구원의 유일한 닻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우리의 그리스도시며, 우리도 그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와 천국의 후사들이 되어, 우리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영원한 복락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들은 또 다른 계략으로 우리를 공격하므로, 우리는 반격을 계속하겠습니다. 우선, 그들은 주께서 율법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하신 율법의 약속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그 약속이 완전히 폐지되기를 원하는가 또는 완전히 유효하기를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폐지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습고 모순된 것이므로, 그들은 그 약속이 여전히 유효한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그들은 사람이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다함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추론합니다.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이 모든 법도를 듣고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열조에게 맹세하신 언약을 지켜 네게 인애를 베푸실 것이라 곧 너를 사랑하시고 복을 주사 너로 번성케 하시되”(신7:12-13), “너희가 만일 길과 행위를 참으로 바르게 하여 이웃들 사이에 공의를 행하며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말며 무죄한 자의 피를 이 곳에서 흘리지 아니하며 다른 신들을 좇아 스스로 해하지 아니하면”(렘 7:5-7, 23) 내가 너희 중에서 다니리라. 이와 같은 귀절을 천 개라도 들 수 있으나,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 귀절들은 뜻이 다르지 않고, 내가 인용한 귀절에 대한 해설로 그 뜻이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율법에서는 복과 저주(신11:26), 그리고 생명과 사망이 우리 앞에 제시되었다고, 모세는 증거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복이 무용, 무익하게 되든지, 그렇지 않으면 칭의가 믿음에만 의한 것이 아니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이미 위에서, 만일 우리가 율법을 붙잡고 그것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든 복을 잃고 모든 범법자들에게 예정된(신27:26 참조) 저주가 우리 위에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주께서는 율법을 완전히 준수한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약속하시지 않았고, 그런 사람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율법을 통해서는 전인류가 하나님의 저주와 진노 아래 있으며, 이 저주와 진노에서 해방되려면 율법의 권능에서 떠나서, 이를테면 율법에 대한 노예 상태에서 풀려 자유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육적인 자유가 아닙니다. 육적인 자유라면, 그것은 우리를 율법 준수에서 이탈시키며, 모든 일에 방자하게 행동하도록 선동하며, 자물쇠가 부서지고 고삐가 풀어진 것같이 우리의 육욕이 난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영적인 자유이므로, 통회하는 양심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율법의 결박과 족쇄에서 그리고 그 저주와 정죄의 압박에서 양심이 해방된 것을 알려줍니다. 믿음을 통해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자비를 붙잡을 때에 우리는 이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율법에 대한 노예 상태에서 석방됩니다. 우리가 죄를 용서받았다는 확신은 믿음으로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율법이 한 일은 우리의 양심을 찌르고 괴롭혀 죄를 깨닫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2항. 우리는 행위로 율법의 약속을 실현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이 율법에서 우리에게 제시된 약속들도, 선하신 하나님께서 복음을 통해서 우리를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율법의 약속에는 율법을 지킨다는 조건이 붙어 있고, 율법을 지켜야만 약속도 성취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조건은 결코 지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께서 우리를 도와 주십니다. 의의 일부를 우리의 행위에 맡기고 남은 부분을 자신의 사랑으로 보충하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성취된 의로서 그리스도만을 지정하십니다. 사도는 그와 유대인들이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아는 고로”라고 말한 후에, 그 이유를 첨부합니다. 즉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완전한 의에 도달하는 도움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고, 율법의 행위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의롭다함을 얻으려 함이라는 것입니다(갈2:16). 신자들이 믿음에 의한 의가 율법과는 많이 다름을 알기 때문에, 믿음에 의한 의를 얻으려고 율법에서 믿음으로 옮겨가는 것이라면, 그들은 확실히 율법의 의를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율법을 준수하는 사람에게 내려질 보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는 것도 좋으나, 그와 동시에 잘 생각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즉, 우리는 너무도 패악하기 때문에, 믿음에서 다른 의를 얻기까지는 율법에서 아무 유익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주께서 그의 종들을 위해서 마련하신 보상을 회상하고는 즉시 그 보상을 폐기하는 죄를 인정합니다. 시편 19:12에서 그는 율법의 유익을 높이 찬양하나 곧 외칩니다. “자기 허물을 능히 깨달을 자 누구리요 나를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다른 귀절에서,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참조25:12) “여호와의 모든 길은…인자와 진리로다”라고 한 후에(시25:10), 그는 첨부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죄악이 중대하오니 주의 이름을 인하여 사하소서”(시25:11). 이와 같이 율법에는 - 만일 행위의 공로로 얻을 수 있다면-하나님의 자비가 제시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자비는 결코 율법의 공로에 의해서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3항. 율법의 약속들은 복음을 통해서 실현된다

  그러면 무엇이라고 할 것입니까? 약속을 주셨으나, 약속은 아무 결실도 없이 사라질 뿐입니까? 바로 위에서 나는 이런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했습니다. 참으로, 약속이 행위의 공로와 관련되는 동안은 아무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며, 따라서 그 자체로만 본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폐기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준행하면 그로 인하여 삶을 얻을 내 율례를 주며”(겔20:11 참조), “이를 행하면 그로 인하여 살리라”는(레18:5) 잘 알려진 약속이 있으나, 사도는 이 약속에는 아무 중요성도 없다고 가르친다(롬10:5,갈 3:12 참조). 우리가 거기서 그친다면 약속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이 아무 유익도 주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가장 거룩한 종들도 많은 허물이 있고 율법을 완수하지 못하므로, 약속이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약속으로 대치될 때에, 이 약속은 죄를 값 없이 용서한다고 선포함으로 우리를 하나님께 용납될 만하게 만들 뿐 아니라, 우리의 행위까지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행위를 그를 기쁘시게 하는 것으로 판정하실뿐 아니라, 저 언약 하에서 율법 준수자들이 받기로 되어 있던 복을 우리의 행위에 주십니다. 그러므로 주께서 율법에서 의와 거룩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약속하신 것을 신자들의 행위에 대해서 치러주신다는 것을 나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보상에서 행위가 은혜를 얻는 이유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종들의 행위를 보시지 않고 그들의 행위는 언제든지 칭찬보다 책망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들을 포용하시며, 행위와 관계없이 다만 믿음의 중재에 의해서 그들을 자기와 화해시키신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행위의 가치를 고려하시지 않고 다만 그의 아버지 같은 너그러우심과 선하심으로 우리의 행위를 영광의 자리에 끌어올리시며 다소의 가치를 인정하신다는 것입니다. 세째 이유는, 이 행위들은 모두 부패한 것이어서 덕이라기보다 죄라고 인정될 것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불완전한 점을 보시지 않고 용서하시고 받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보아서 궤변가들이 망상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행위에 구원을 당연히 받을 만한 고유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나 언약이 있기 때문이며, 하나님께서 너그럽게 행위를 높이 평가해 주시기 때문이라고 말함으로써 자기들의 모든 어리석은 주장을 훌륭히 회피한 듯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이 공로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 행위가 약속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행위는 우선 믿음만을 토대로 한 칭의와 죄의 용서가 선행되지 않으면 - 선행도 죄의 용서를 받음으로써 오점을 깨끗이 씻지 않으면 - 약속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따라서 신자들의 행위가 받으실 만한 것이 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너그러우심이요,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들은 그 중에서 하나만을 보고 다른 둘은 - 가장 중요한 것은 -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4항.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이중으로 용납을 받는다

  그들은 사도행전에서 누가가 전하는 베드로의 말, 즉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취하지 아니하시고…의를 행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행10:34-35)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아주 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 이 말을 근거로 하여 그들은, 만일 사람이 바른 노력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면, 구원을 얻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물만이 아니며, 하나님의 자비가 죄인을 도와 주시므로 행위에 의하여 하나님의 자비를 얻게 된다고 추론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이중으로 용납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성경의 귀절들을 서로 부합하도록 해석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본성에서 그의 자비심을 일으키는 비참한 상태 외에 아무것도 발견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처음에 하나님께 용납될 때에는 전혀 아무 선한 것이 없을 뿐 아니라, 각종 악이 속에 가득하고 또 그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묻습니다. 어떤 천품을 근거로 해서 그에게 하늘의 부르심을(히3:1 참조)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할 것입니까? 그러므로 그들이 공로에 대해 헛된 꿈을 꾸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거저 주시는 자비를 분명히 나타내 보이십니다. 그들은 고넬료에게 말한 천사의 말을 왜곡해서 그들의 사악한 태도를 폭로합니다. 그들은 천사가 고넬료의 기도와 구제가 하늘에 상달되었다고 한 말을(행10:31), 사람이 선행에 대한 열심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준비를 하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사실상 고넬료가 진정한 지혜 즉 하나님께 대한 경외심을 가진 것을 보면 이미 지혜의 영의 조명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그는 바울이 성령의 가장 확실한 열매라고 가르친 의를(갈5:5) 실천하고 있었으므로, 성령에 의해 성결케 되었습니다. 그에게 있은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다고 했으나, 그는 이 일들을 하나님의 은혜로 받았습니다. 자기의 노력으로 이 일들을 함으로써 은혜를 받을만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받아들이시는 유일한 이유는, 사람을 그대로 버려두면 완전히 멸망할 것을 아시고 그의 멸망을 원하시지 않기 때문에 그를 해방하시려고 자비를 베푸시는 데 있습니다. 참으로 성경에는 어디를 찾아보아도 이 교리를 반대하는 말씀이 한 마디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째서 이 용납이 사람의 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가를 그리고 사람은 이 위대한 은혜를 받을 가치가 전연 없는 가련한 죄인이지만, 그런 인간에 대해서 하나님이 인자하심을 베푸신다는 순수한 증거가 곧 이 용납이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